넥서스 독후감 리뷰 - 유발 하라리

1호점 관장 2025. 5. 31.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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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어떻게 연결되어 왔는가 – 『넥서스』를 읽고

인류의 역사를 하나의 선으로 그릴 수 있을까? 유발 하라리는 말한다. 인류는 단일한 선이 아닌, 무수히 얽힌 정보의 그물망 속에서 진화해왔다고. 그의 책 『넥서스』는 이 거대한 정보망을 따라가는 탐사 기록이자,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던지는 묵직한 질문이다.

 

넥서스
넥서스

 


연결이라는 본능

『넥서스』는 전혀 의외의 시점에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구석기인들이 먹이를 나누고, 불을 피우고, 돌멩이에 의미를 담았던 순간들. 그건 단지 생존의 기술이 아니라, 연결의 기술이었다. 그는 이 시점을 ‘정보 이전의 네트워크’라고 부른다.

 

하라리는 설명한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연결을 갈망한다. 소속되고, 공유하고, 기억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그것은 시대가 바뀌어도 여전하다. 다만 도구가 변했을 뿐이다. 파피루스에서 문자로, 활판에서 인터넷으로. 도구는 진화했지만, 연결이라는 본능은 본질적으로 동일하다.


정보의 주체에서 객체로

책의 중반부는 현대 사회로 넘어오며 분위기가 달라진다. AI, 알고리즘, 대량 데이터. 하라리는 냉정하게 현실을 직시한다. 더 이상 인간은 정보의 유일한 주체가 아니다. 인간은 정보의 흐름에 휘둘리는 객체이기도 하다.

 

그는 묻는다. “우리는 우리가 선택한다고 믿지만, 그 선택의 배후에 어떤 구조가 작동하고 있는가?” 정보는 이미 특정 방향으로 설계되어 있다. 우리가 보는 뉴스, 접하는 광고, 만나는 사람들까지—모두 알고리즘의 계산 속에서 필터링된 결과다. 이는 단지 편리함의 문제가 아니라, 자율성의 침식을 뜻한다.

 

넥서스
넥서스

 


기억과 연결의 윤리

『넥서스』에서 유달리 강조되는 부분은 ‘기억’이다. 하라리는 연결을 구성하는 핵심 요소로 기억의 구조를 강조한다. 고대에는 이야기꾼이, 중세에는 수도사가, 근대에는 인쇄기가 기억을 담당했다. 그리고 지금, 기억은 데이터베이스와 클라우드, 인공지능에 저장된다.

 

하지만 그는 말한다. “기억이 살아있으려면, 그것은 누군가에 의해 소환되고 해석되어야 한다.” 우리는 연결되어 있지만, 동시에 해석 없는 정보 더미 속에 파묻히고 있다. 정보가 너무 많아질수록, 진짜 의미 있는 연결은 사라진다. 이 시대에 가장 중요한 능력은 ‘기억을 기억하는 힘’일지도 모른다.


연결의 시대에 생각하는 인간

『넥서스』는 거대한 담론 속에서도 결국 개인으로서의 인간을 조명한다. 수많은 연결 지점 속에서 우리는 어디에 서 있는가? 주체인가, 통로인가, 아니면 또 다른 노드인가? 하라리는 명확한 해답을 주지 않는다. 오히려 그는 질문을 남긴다. 그리고 그 질문은 각자의 일상 속에서 조용히 퍼져나간다.

 

“나는 지금, 진짜 무엇과 연결되어 있는가?”


책을 덮은 후의 여운

이 책은 지적인 호기심을 자극하면서도, 정서적인 울림을 남긴다. 단지 똑똑한 책이 아니라, 깊이 있는 책이다. 읽고 나면 휴대폰 화면을 바라보는 시선조차 조금 달라진다. 지금 스쳐가는 정보들은 어떤 흐름 속에 있고, 나는 그 흐름을 어느 정도로 인지하고 있는가?

 

『넥서스』는 연결의 시대에 생각하는 인간을 위한 책이다. 그리고 그 연결이 단절되지 않기 위해, 우리는 읽고, 쓰고, 기억하고, 질문해야 한다. 이 책은 그 첫 질문이 되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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