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청춘의 하늘 아래에서 — 『청춘의 독서』를 읽고
책 한 권이 삶의 방향을 바꾼다는 말은 종종 진부하게 들리곤 한다. 그러나 유시민의 『청춘의 독서』는 그 진부함마저 뚫고 나온다. 이 책은 단지 책을 소개하거나 사상을 해설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그것은 청춘이라는 인생의 불안정하고도 눈부신 시기, 방향을 잃고 서성이는 수많은 젊은 이들에게 ‘길을 묻는 법’을 알려주는 나침반 같은 책이다.
책 표지는 푸른 하늘과 벚꽃 가지가 교차하는 풍경 위에, 단정하고 묵직한 서적 이미지가 더해져 있다. 마치 봄날의 어느 오후, 창밖으로 바람에 흔들리는 꽃잎을 바라보며 한 권의 책을 펼쳐드는 청춘의 모습이 그려진다. 표지에 적힌 문구 — “세상을 바꾼 위험하고 위대한 생각들” — 은 독자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묻는다. 당신은 어떤 생각으로 살아갈 것인가?
『청춘의 독서』는 저자 유시민이 젊은 시절 읽었던 열두 권의 고전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 『죄와 벌』, 『자유론』, 『노예의 길』, 『정의란 무엇인가』, 『인간의 굴레에서』 등, 시대를 관통하는 질문과 고민을 담은 책들이 저자의 젊은 시절, 특히 그가 혼란과 좌절, 그리고 열정 속에 몸을 던졌던 시기에 어떤 역할을 했는지를 진솔하게 풀어낸다. 그러나 이 책은 단순히 책에 대한 독후감이 아니다. 그것은 한 인간이 어떻게 생각하고, 의심하고, 확신하고, 다시 흔들리며 결국 자신만의 사유의 틀을 세워나가는 과정을 엿보게 해주는 ‘지성의 자서전’에 가깝다.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유시민이 “위대한 사상은 위험하다”고 말한 대목이다. 시대를 거스르는 생각, 권위에 도전하는 목소리는 언제나 불편하고 불온하게 여겨지기 마련이다. 그러나 바로 그런 위험한 생각들이야말로 세상을 움직이고, 질서를 새롭게 세우며, 인간다움이 무엇인지를 다시금 묻는 힘을 갖는다. 유시민은 이 책을 통해 그런 사상들이 청춘에게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한다. 타인의 생각을 맹목적으로 따르지 않고, 자기만의 질문을 가질 수 있는 용기. 그것이 진짜 ‘읽는다는 것’의 의미이며, 청춘이 반드시 지나야 할 지적 여정이다.
그는 독서를 단순한 정보 습득이나 지적 취미로 보지 않는다. 독서는 곧 자기 삶의 태도를 구성하고, 사회를 바라보는 렌즈를 형성하는 작업이다. 특히 유시민이 소개한 『자유론』에서는 ‘타인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한, 개인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살아갈 권리가 있다’는 밀의 사상이 오늘날의 민주주의와 개인 존중의 철학과 어떻게 이어지는지를 설명하며, 청춘에게 “자유롭게 살아간다는 것은 반드시 외로움을 감내해야 하는 일”임을 일깨운다.
책 전반을 관통하는 감정은 ‘따뜻한 불안’이다. 유시민은 결코 모든 답을 아는 듯 굴지 않는다. 오히려 그는 끊임없이 질문한다. “정의란 무엇인가?”, “왜 인간은 고통을 겪는가?”, “나는 어떤 사회를 원하는가?” 그는 독자에게 확신을 주기보다는 스스로 질문하게 만든다. 그 질문들 사이에서 청춘은 자기만의 목소리를 찾고, 자기만의 길을 발견하게 된다.
『청춘의 독서』는 단지 유시민의 사유의 궤적을 따라가는 책이 아니다. 그것은 수많은 청춘들에게 보내는 정직한 편지이며, 어쩌면 우리가 잊고 살았던 책읽기의 본질을 일깨워주는 부드러운 일침이다. 책장을 덮고 나면, 우리는 다시 책을 펼쳐들게 된다. 이번에는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스스로 생각하고 싶어서, 세상이 두려워 다시 길을 묻고 싶어서.
청춘은 방황하고, 의심하고, 때로는 좌절하며 성장한다. 그런 청춘의 한복판에서 『청춘의 독서』는 말한다. “그 모든 고통과 혼란 속에서도, 책은 당신을 배신하지 않는다. 당신만의 생각을 품는다면, 당신은 이미 세상을 바꾸는 첫걸음을 내딛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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