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목소리로 완성된다 — 『엄마의 말 연습』을 읽고
아이를 향한 사랑은 언제나 진심이지만, 그 진심이 늘 정확히 전달되는 것은 아니다. 부모로서, 특히 엄마로서 우리는 아이를 사랑하면서도 종종 그 사랑을 서툰 말로 엉뚱하게 표현하곤 한다. 아이는 엄마의 손길보다 먼저 엄마의 말을 듣는다. 말은 곧 마음의 그릇이다. 『엄마의 말 연습』은 그 마음의 그릇을 다시 다듬고자 하는 모든 부모, 특히 ‘좋은 엄마’가 되고 싶어 고민하는 이들에게 따뜻한 길잡이가 되어주는 책이다.
윤지영 작가, 일명 ‘오뚝이쌤’은 실제 상담과 교육 현장에서 수많은 부모와 아이를 만나온 경험을 바탕으로, 이 책에서 39가지의 구체적이고 실천 가능한 ‘존중어’를 제안한다. 단순히 말투를 바꾸라는 지침서가 아니다. 그것은 내면의 태도, 곧 부모가 아이를 대하는 마음을 말로 옮기는 연습의 과정이다.
책 표지는 단정하고 사랑스러운 일러스트로 이루어져 있다. 풀잎으로 이루어진 동그란 화환 속, 엄마와 아이가 손을 마주 잡고 웃고 있는 장면은 그 자체로 책의 메시지를 압축한다. 눈을 맞추는 것, 손을 잡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따뜻한 말 한마디가 아이의 마음에 얼마나 깊은 흔적을 남기는지, 이 단순한 그림이 고요히 말해준다.
책의 서두에서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말은 순간이지만, 그 말은 아이의 기억 속에 평생 남는다.” 부모가 무심코 던진 말 한마디가 아이에게는 자존감의 뿌리를 만들 수도 있고, 반대로 깊은 상처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너무 쉽게 잊는다. 이 책은 그 잊혀진 감각을 다시 깨운다. 그리고 말은 기술이 아니라 태도임을 거듭 일깨운다.
‘화내지 않고, 사랑하는 마음을 오롯이 전하는 법.’ 이 간단한 주제가 결코 간단하지 않은 이유는 우리가 살아온 언어의 습관, 감정의 패턴, 무의식 속 상처들이 말을 통해 드러나기 때문이다. 저자는 우리가 왜 화를 내는지, 왜 “안 돼!”라는 단호함이 때로는 위협으로 전달되는지를 섬세히 짚어낸다. 그리고 거기서 멈추지 않고, 그 말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를 아주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예컨대, 아이가 실수를 했을 때 “또 왜 그랬어?”라는 말 대신 “그랬구나, 어떤 마음이었어?”라고 물어보는 것. 이 짧은 문장의 전환 하나만으로도 아이는 다르다. 자책 대신 성찰을 배우고, 두려움 대신 신뢰를 느낀다. 그것이 바로 존중의 언어이고, 아이의 마음에 평생 남을 사랑의 방식이다.
책을 읽다 보면, 어느새 스스로의 말들을 돌아보게 된다. 나도 모르게 했던 말, 무심히 내뱉었던 비난, 지시, 혹은 불안에서 비롯된 잔소리들. 작가는 우리에게 자책하지 말라고 말한다. 중요한 건, 지금부터라도 연습을 시작하면 된다는 것. 완벽한 엄마가 아니라, 진심으로 연습하는 엄마가 아이에게는 더 큰 힘이 된다고 그는 조용히 격려한다.
이 책이 특별한 또 하나의 이유는, 말의 힘이 단지 아이를 위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결국 이 말 연습은 엄마 자신을 위한 일이기도 하다. 자신의 감정을 더 건강하게 다루고, 상처받지 않기 위해 애쓰고, 누군가의 엄마이기 전에 나 자신으로 서기 위한 연습. 그래서 『엄마의 말 연습』은 아이를 위한 책이면서, 엄마를 위한 치유서이기도 하다.
이 책을 덮고 나면, 말이라는 것이 얼마나 위대한 도구인지 새삼 깨닫게 된다. 그것은 사랑을 전달하고, 관계를 세우며, 상처를 회복시키는 작은 기적의 시작점이다. 말은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가슴에 남는다. 그리고 언젠가, 아이가 어른이 되었을 때, 그 가슴에 남은 말들이 그의 삶을 지탱하는 기둥이 되어줄 것이다.
『엄마의 말 연습』은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을 어떻게 더 정확하고 따뜻하게 전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모든 이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우리는 완벽한 엄마가 아닐 수 있다. 그러나 ‘따뜻한 말 한마디’를 건넬 수 있는 엄마가 될 수는 있다. 그것이 아이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언어가 된다.
'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여행의 이유 독후감 리뷰 - 김영하 (1) | 2025.05.31 |
---|---|
어른의 품격을 채우는 100일 필사 노트 독후감 리뷰 (0) | 2025.05.31 |
초역 부처의 말 독후감 리뷰 (1) | 2025.05.30 |
단 한번의 삶 독후감 리뷰 (1) | 2025.05.29 |
청춘의 독서 독후감 리뷰 (1) | 2025.05.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