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를 향한 이해의 정치 — 『이로운 보수, 의로운 진보』를 읽고
정치는 결국 사람에 대한 이야기다.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이들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그들과 어떻게 공존할 것인가. 최강욱·최강혁 형제가 함께 쓴 『이로운 보수, 의로운 진보』는 이 오래되고도 여전히 유효한 질문을 던진다. 이 책은 단지 정치 이념을 해설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그것은 우리의 대화가, 우리의 사회가, 그리고 우리의 삶이 어떻게 서로를 더 잘 이해하고 연결할 수 있을지를 모색하는 ‘공존의 기술’에 대한 안내서다.
책 표지에 날아오르는 파란 새 한 마리가 인상적이다. 새는 종종 자유와 소통, 이상을 상징한다. 붉은색이나 검은색이 아닌 파란 새를 택한 것도 어쩌면 이 책이 지향하는 ‘차분한 성찰’과 ‘조용한 공감’을 드러내는 장치일지 모른다. 이념이라는 단어가 언제부턴가 증오의 언어가 되어버린 시대에, 저자들은 서로의 생각을 ‘이해’하려는 시도를 통해 더 나은 정치의 길을 모색한다.
책은 정치의 기본 개념에서 출발해, 보수와 진보가 어떻게 다르고 또 어떻게 겹치는지를 풀어낸다. 진영 논리에 빠지지 않으면서, 각 이념이 추구하는 가치를 있는 그대로 소개하고, 그 배경과 역사까지 짚어낸다. 보수는 왜 전통을 중시하며, 진보는 왜 변화를 외치는가. 세금, 복지, 자유, 평등 등 구체적인 이슈들을 통해 보수와 진보가 어떻게 다른 선택을 하는지, 그것이 단순한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관점’의 차이라는 사실을 이해하게 된다.
특히 인상 깊었던 대목은 “보수와 진보는 어느 한 쪽이 악하고, 다른 쪽이 선한 것이 아니라, 서로가 지향하는 가치가 다를 뿐”이라는 설명이었다. 우리가 쉽게 던지는 ‘좌파’, ‘우파’라는 단어가 얼마나 많은 오해와 왜곡 속에 소비되고 있는지를 되짚게 해준다. 이 책은 그 언어들을 다시 정의하고, 그 안에서 진정한 대화를 가능하게 한다.
최강욱과 최강혁 두 저자는 같은 형제이면서도 서로 다른 영역에서 사회를 경험한 사람들이다. 그만큼 이 책은 한 방향으로 기울지 않고, 서로의 논리를 존중하며 균형을 이룬다. 덕분에 독자들은 어느 한 편에 서기보다, 두 관점을 모두 품으며 더 넓은 시야로 사회를 바라보게 된다.
우리는 종종 ‘정치’라는 단어 앞에서 피로감을 느낀다. 그러나 이 책은 말한다. “정치를 외면하는 순간, 삶의 중요한 문제들을 타인의 손에 넘기게 된다”고. 그렇기에 우리가 서로를 향해 질문하고, 이해하고자 노력하는 일은 단순한 교양을 넘어서 민주주의의 실천이 된다. 이 책은 그 실천을 위한 첫걸음이다.
『이로운 보수, 의로운 진보』는 정치에 관심이 많은 사람뿐 아니라, 정치로부터 상처받았던 사람들에게도 권하고 싶다. 편 가르기와 혐오가 일상이 된 오늘날, 이 책은 마치 맑은 공기처럼 독자의 마음을 정화시킨다. 우리는 다르지만, 함께 살아야 한다. 그리고 함께 살아간다는 것은 곧 서로를 이해하려는 노력 위에 세워지는 일이다.
책을 덮으며 떠오른 마지막 문장은 이것이다. “우리가 서로에 대해 알지 못한다면, 어떻게 함께할 수 있을까?” 이 단순하지만 본질적인 질문이야말로, 오늘 우리가 진정으로 고민해야 할 정치의 시작점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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