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철학자》 - 어제와 다른 시선으로 오늘을 바라보는 법
철학이라는 단어는 왠지 멀게 느껴진다. 삶과 맞닿아 있기보단, 학문이나 고전 속 이야기로만 존재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우애령 작가의 《행복한 철학자》를 펼치는 순간, 그 거리는 단숨에 좁혀진다. 철학이란 어쩌면 이처럼 우리 일상의 언어로 번역될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철학자의 일상은 특별하지 않다, 그래서 특별하다
이 책 속 철학자는 늘 도시 속에 있다. 복잡한 출퇴근길, 편의점 앞, 한강 산책로 같은 너무도 익숙한 공간들. 그는 그 안에서 익숙한 질문을 던진다. ‘왜 우리는 늘 바쁘다고 느낄까?’ ‘어디까지가 나다운 걸까?’
우애령 작가는 고뇌하거나 거창한 담론을 펼치지 않는다. 그보다는 차분히, 자신만의 속도로 생각을 흘려보낸다. 그리고 그 생각은, 책을 읽는 이의 마음속 어딘가에 가 닿는다. 이 책이 유독 편하게 느껴지는 이유다.
그는 말한다. “생각이 많아 멀리 가지 못했지만, 그래서 그 자리에 오래 머무를 수 있었다고.” 그 문장을 읽고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유쾌함과 사색 사이의 절묘한 균형
이 책은 진지하다. 그러나 동시에 유쾌하다. 그 균형을 맞추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하는 존재는 바로 ‘오리’다. 표지부터 등장하는 이 귀엽고 영리한 존재는 철학자의 동반자이자 독자의 감정적 친구다.
작품 전반에 등장하는 오리의 모습은 이 책의 유머를 담당하는 동시에, 철학자의 사고를 가볍게 정돈해주는 메타포로 작용한다. 때로는 철학자보다 더 간결하게 진리를 짚어주기도 한다.
그래서 이 책은 웃기지만 허무하지 않고, 사색적이지만 무겁지 않다. 균형감 있게 삶을 바라보는 태도를 보여주는 것이 바로 이 책의 힘이다.
진짜 ‘행복’이 궁금한 이에게
이 책은 ‘행복’이라는 개념을 가볍게 다루지 않는다. 오히려 꽤 집요하게 파고든다. 그러나 독자에게 억지스러운 결론을 내리려 들지 않는다. 행복은 하나의 목적지가 아니라, 아주 느리고 섬세한 감각으로 만들어지는 과정이라는 것을 보여줄 뿐이다.
“지금 이 순간을 제대로 바라보는 일, 그게 어쩌면 행복의 시작일지도 모릅니다.” 이처럼 담담한 문장 속에 삶의 본질이 스며 있다.
읽고 난 후, 문득 길을 걷고 싶어지는 책
《행복한 철학자》는 독자를 변화시키려 하지 않는다. 다만 ‘지금 여기서도 충분하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그래서 책을 덮고 나면 문득 산책하고 싶은 기분이 든다. 혹은 버스 창가에 앉아 멍하니 사람들을 바라보고 싶어진다.
바로 그 순간, 우리는 철학자가 된다. 세상을 다시 바라보려는 태도 하나만으로도.
삶에 조금 더 여백이 필요하다 느껴질 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그 여백 속에 오리 한 마리쯤 떠다니는 상상을 해도 좋다. 그것만으로도, 조금은 괜찮아질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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